“회의에서 제 의견을 신중하게 제시하고 질문도 많이 했는데, 팀원들은 오히려 제가 의견을 강요한다고 느꼈다더군요.”
“반대로 다른 리더는 말을 별로 안 했는데도 팀원들이 ‘정말 대화를 잘 이끌어주신다’고 평가했습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왜 이런 인식의 차이가 생기는 걸까? 팀원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지, 아니면 의견을 더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지. 너무 강하게 주장하면 독단적으로 보일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하자니 리더십이 부족해 보일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많은 조직과 리더들이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대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방향을 찾기는 쉽지 않다. 조직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환경에 직면해 있고, 이에 따라 협력과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Meagher 외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의사소통 인식 차이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Meagher 외 연구진은 ‘지적 겸손’이라는 특성에 주목했는데, 특히 자신이 생각하는 지적 겸손의 행동과 타인이 인식하는 지적 겸손 행동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리더의 지적 겸손이 어떻게 다르게 인식되는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찾아보고자 한다.
자기 인식과 타인 평가의 차이
지적 겸손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를 넘어서, 진리를 탐구하는 행동과 사회적 조화를 촉진하는 행동을 포함한다. 이러한 특성이 실제 대화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은 아래와 같이 두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1. 장기 협업 상황에서의 지적 겸손
첫 번째 연구는 심리학 수업을 듣는 108명의 간호사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동안 3-5명으로 구성된 24개 팀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팀원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공동 의사결정을 내리고 과제를 수행했으며, 학기 말에 자기평가와 동료 평가를 통해 서로의 지적 겸손 수준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자기 보고된 지적 겸손이 높은 사람들은 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질문하며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등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을 보였다. 반면, 동료 평가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타인의 발언을 지지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이 연구는 지적 겸손이 협력적인 대화에서 두 가지 측면(진리 탐구와 사회적 조화)을 통해 발현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 2. 논쟁적 환경에서 지적 겸손
두 번째 연구에서는 162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3-4그룹을 만들고 논쟁적인 대화 환경을 설계했다. 각 대화는 찬성자와 반대자가 균등하게 포함된 그룹으로 구성되었으며, 30분간 논쟁적인 사회 정치적 주제(예, 사형제도,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 등)에 대해 토론하고 지적 겸손함을 상호 평가했다. 대화 중 나타난 행동은 비디오로 기록되었으며, 발언 내용과 행동을 정교하게 코딩하여 분석했다. 연구진은 1) 참여자가 발언한 총 시간, 2) 발언 내용, 3)긍정적/부정적/중립적 끼어드는 빈도와 같은 행동적 지표를 측정했으며, 구체적으로 발언 내용 분석에는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 자신의 지식 한계 인정 : 자신의 편향, 오류 가능성, 추가 정보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의 빈도
- 타인의 관점에 대한 존중 표현 : 다른 참여자의 발언에 대해 칭찬한 빈도 (예, 좋은 의견입니다)
- 탐구적 질문하기 : 타인의 의견에 대해 질문하거나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요청한 빈도 (예, 그 부분을 더 설명해 주세요)
- 논리적 주장 :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통계, 역사적 사건과 같은 증거를 제시하는 빈도
분석 결과, 자신을 지적 겸손이 높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토론에서 발언 점유율이 높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질문과 논리적 주장을 자주 제시했으며, 새로운 관점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탐구적 질문과 근거 기반의 주장인 진리 탐구 행동이 두드러졌다.
반면 타인(동료)으로부터 지적 겸손이 높다고 평가 받는 사람들은 부정적 개입이 적었고, 긍정적 피드백과 중립적 개입이 많았으며, 지지적 발언과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것은 자신의 한계 인정과 존중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는 사회적 지원 행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자기 인식과 실제 효과성 사이의 존재하는 간극을 보여주며,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타인에게 더 크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더십 관점에 대입해 본다면 리더 스스로는 적극적인 참여와 지적 기여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실제 팀원은 리더의 지지적이고 협력적인 태도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소통의 질을 높이기 위한 리더의 실천 가이드
두 차원의 지적 겸손함은 조직의 생산적인 의사소통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조직이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데 도움이 된다. 효과적인 리더십 개발을 위해서는 리더의 자기인식과 실제 영향력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고, 이를 균형있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리 탐구 행동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깊이 탐구하는 과정이며, 사회적 지원 행동은 심리적 안전감과 팀 신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이 두가지 차원을 균형있게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1. 지원적 행동을 통한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기
팀원의 의견에 대한 존중의 표현과 긍정적 피드백을 표현할 수 있는 PMIS 기법을 활용해보자.
- Plus 긍정적인 점 인정하기
“의견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 의견의 좋은 점은….. ” - Minus 우려사항 표현하기
“그리고 ( ) 부분도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 Improve 개선,보완할 점
” ( )을 고려한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Suggest 나의 제안
“지금 말한 것에 덧붙여서 ( )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2.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실천
탐구적 질문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탐구하여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 의견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 이 대안을 실행했을 때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잠재적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다른 대안이 있을까요?”
” 이 부분은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의사결정을 위해서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두 차원은 상호보완적이다. 진리 탐구만 강조하면 팀의 심리적 안전감이 저해될 수 있고, 사회적 지원만 중시하면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각 상황에 맞게 두 차원의 행동을 적절히 조합하여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의사소통은 어떻게 말하는가에 달려있다.
리더십 의사소통의 효과성은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말하는가’에 달려있다. 연구가 보여주듯, 진정한 지적 겸손은 적극적인 탐구와 배려 깊은 경청이 균형을 이룰 때 실현된다. 리더의 지적 겸손은 대화를 더 깊고 생산적으로 만들며,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촉진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오늘부터 회의와 대화에서 더 많은 질문과 경청, 그리고 신중한 검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실천해보자.